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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출근 후기 : 코로나가 바꾼 일상 (feat. 다혼 스피드 P8)
    makson_Review 2020. 4. 28. 17:00

    자전거 출근 후기 : 코로나가 바꾼 일상 (feat. 다혼 스피드 P8)

    자전거로 직장을 출퇴근하는 '자출'.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유행했었죠. 서울에는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는 곳도 많고, 한강을 통하면 꽤 먼 거리도 안전하게 이동이 가능하여 많은 분들이 '자출족'이 되신 것 같습니다. 

     

    다혼 스피드 P8을 타고 자전거 출근하는 중

     

    저는 약 10년 전에 '자전거만 있으면 어디든 타고 다니고, 운동도 하겠지...'란 생각으로 미니벨로(다혼 스피드 P8)를 구매했습니다. 바퀴가 큰 MTB 자전거가 주행하기엔 훨씬 편하지만, 부피가 크고 투박한 모양이 그다지 예쁘지 않아, 작게 접히는 미니벨로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예상 하셨겠지만, 초반에는 한강에도 나가보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애용했지만 그것도 잠시..  접히는 자전거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집안 한 구석에 잘 접어두고 몇 년을 지냈던 것 같습니다.


     

    마포에서 한남동까지, 이것도 자출?

    그렇게 '자출'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직장에서는 격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었고, 출근하는 주에는 자가용이나 카풀 출퇴근을 권장하였습니다. 저는 매일 자가용 출퇴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최단코스 검색 결과 (24분이라고??)

     

    총길이 5.8km (겨우?) 

     

    저도 겨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와이프는 자전거 폈다 접었다 시간이 더 걸리겠다고 격려(?)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운동으로 땀을 흘려본 적이 없는 저에게, 네이버 길찾기는 경로 중에 언덕이나 긴 오르막이 있다고는 알려주지 않더군요. 


     

    구간 1(공덕역→효창공원역)

    경의선 숲길이 가볍게 걷거나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게 되어 있습니다. 꽃도 많고 나무도 많아 보기에 아주 예쁩니다. 그런데 제가 출퇴근하는 경로에는 큰 언덕이 있더군요;;

    들은 건 있어서, 저단 기어로 바꾸고 언덕에 진입합니다. 얼마 못가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습니다. 핸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좌우로 흔들어 대며 용을 씁니다. 자전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하도 접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공덕역에서 효창공원역 가는 언덕길 (1차 고비)

     

     

    잠시 쉴까 생각도 해보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습니다. 발이 아닌 입으로 자전거를 타며 겨우 언덕 위에 오릅니다. 언덕이 가파르고 길이가 길면, 내리막도 가파르고 긴 법이죠. 내려갈 때는 청룡열차가 부럽지 않게 시원하게 내려갑니다. 그런데 너무 금방 끝나네요? 

     

     

    1차 고비 언덕을 내려와서 돌아본 모습

     

    실제로 이 언덕은 효창공원 방향 보다, 반대 방향(돌아올 때 방향)이 더 힘이 듭니다. 금세 내려와서 돌아보니, 벌써부터 퇴근길이 걱정됩니다. 저걸 또 어떻게 넘을 것인가..


    다시 앞으로 돌아서서, 경의선 숲길을 보면 퇴근길 걱정은 잊게 됩니다. 그만큼 길이 예쁩니다. 차로 출퇴근할 때 느끼지 못했던 도심 속 작은 숲길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자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햇살에 작은 숲길을 지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구간 2(효창공원역→삼각지역)

    효창공원을 넘어 삼각지 고가를 타기 전입니다. 가끔 들리는 김밥집이 오늘따라 더욱 맛있어 보입니다. 평소에도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더욱 그럴듯합니다. '자출'의 효과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스킵!!

     

     

    출근길에 마주치는 김밥집의 유혹(서리김밥)

     

     

    삼각지 고가를 넘기 위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이 엘리베이터가 없었으면 고가 위까지 자전거를 들고 올라와야 합니다. 물론, 미니벨로라 크게 무겁지 않지만, 이미 몸에서는 신호가 여럿 옵니다. 얌전히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상책입니다.

     

     

    삼각지 고가 內 고마운 엘리베이터

     

     

    고가 위에서는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가야 합니다. 고가 위 인도는 좁은데, 걷는 행인도 여럿 있으니 그래야겠죠. 지시는 잘 따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도 있는 예비 학부형입니다. 룰을 잘 지켜야죠!!

     

     

    끌고 가라고 하면 끌고 갑니다

     

     

    삼각지 고가는 출퇴근 길 상습 정체구간입니다. 답답하게 서 있는 차량 옆을 유유히 걸어가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출'의 피곤도 약간 풀리는 것 같습니다. (아주 약간 ㅎ)

     

     

    차 보다 빠른 자전거 (끌고 가기)

     

     

    걷다 보면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입니다. 날씨 좋은 날에 남산타워를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대편엔 기차도 지나갑니다. 기차를 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삼가지 고가는 기분이 두 번 좋아지는 구간이네요^^

     

     

    고가 한편으로는 남산이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차가 보입니다.

     


     

    구간 3 (삼각지역→녹사평역)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구간 1~2는 경사는 급하지만 지나는 시간은 길지 않아 잠시만 견디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약한 경사가 길게 이어집니다. 오늘은 저보다 먼저 긴 오르막을 시작한 친구(?)가 보입니다. 따라가며 지켜보니, 이 친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천천히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르막을 쳐다보지 않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앞을 보지 않고 묵묵히 가는 외국인 친구

    저도 고개를 숙이고 탑니다. 이제는 남을 쳐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허벅지가 과장 없이 두 배 정도 커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론 표현하기 힘든, 매우 긴(?) 언덕 구간

     


     

    구간 4 (녹사평역 → 이태원역 → 한강진역)

    삼각지 고가에서 봤던 남산타워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에는 남산 산책길 따라 벚꽃이 줄지어 피어 있어 보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외부 출입을 자제하다 보니, 이렇게 바라보는 남산이 참 좋습니다. 

     

     

    녹사평역을 지나면 이태원이 나옵니다. 이태원은 '밤'이죠. 맞습니다. 출근길 이태원은 매우 한적합니다. 그래서 색다릅니다. 가끔 전날부터 밤새 음주가무를 즐긴 무리들이 길거리에서 야외취침을 하곤 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없습니다. 화려한 밤을 위해 준비 중인 매장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허벅지에 긴장도 풀어지고 마음도 여유롭습니다.

     

     

    이태원역을 지나, 마지막 언덕 위의 집 '제일기획'을 넘으면 페달을 밟지 않고 갑니다. 맞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약 30분간 고생한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줍니다.  

     

     

    출근길 마지막 언덕, 제일기획

     

    이제부턴 내리막!!!

     

    무사히 도착

    오랫동안 접혀 있어서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 했던 저의 미니벨로입니다. 아마 속으로는 저를 걱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언덕을 오르며 사투를 벌일 때 핸들에서 약간의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조만간 수리점에 들려봐야겠습니다. 이제는 접혀있는 시간보다 달리는 시간이 많아지길 기원하며, 모두 건강하게 '자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의 미니벨로, 다혼 스피드 P8
    자전거 우선도로 표시 (이걸 보면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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